미대생 스티브랑 누드모델 토니가 보고 싶다.
어디서 들었는데, 한 학생이 누드모델을 크로키하다가 대뜸 모델에게 다가가 한번 만져봐도 되겠습니까?라고 정중히 묻자 모델도 그러세요라며 흔쾌히 수락했던 일화가 있다고 한다. 이걸로 스토니가 보고 싶어...



미대엔 누드크로키 수업이 있지! 스티브는 성실한 학생이니 누드크로키 수업에 필참합니다. 매번 모델이 바뀌는데, 교수님이 특히나 신경 써서 소개를 함.

"이번에 부른 모델은 이쪽 계통에선 꽤나 유명한 모델이니 잘 그려두세요."

그리고 나온 건 당연히 토니. 검은색 부드러운 실크 가운을 걸친 토니가 나른한 표정으로 하늘하늘하게 걸어들어오는데, 남학생은 아 남자 모델 하며 한탄하고 있고 여자들은 어머어머 어수선 떨며 얼굴이 발개지고 있음. 토니는 교실을 슬쩍 둘러보고 꼼꼼하게 "저기 창문에 커튼 좀... 의자는 이거뿐인가요? 대체적으로 어떤 자세로 갈까요?"라며 교수님과 조금 대화를 하더니, "그럼 시작할게요."라고 하곤 교실 한가운데 깔아둔 두꺼운 양털 카펫(?) 위로 올라가 가운 끈을 잡아당겨 풀어헤치는데, 나신을 드러내자마자 다들 숨을 멈추고 토니를 바라보았음.

세상에 너무 아름다운 거. 근육도 라인도 균형까지 정말 너무도 아름답게 몸을 관리했다는 게 보였음. 그리고 포즈를 취하는데 나른한 표정은 어디로 가고 매혹적이고 유혹적인 눈빛만 있었음. 학생들이 정신을 놓고 바라만 보자 토니가 '저기... 안 그리세요? 시간 가는데.'라며 말을 걸었고 그제야 학생들은 허둥지둥 크로키를 하기 시작했음. 스티브 역시 넋 놓고 바라보다가 황급히 정신 차리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는데 그리면 그릴수록 너무 안타까웠음. 아무리 그려도 제가 긋는 선으로는 도저히 토니를 표현할 수가 없는 것 같았음. 열심히 집중해도 아니다 이렇게 그리는 게 아닌 거 같다라는 의문만이 남았고 스티브는 당황했음. 왜일까 왜 잘 안 그려질까. 고민하다가 잠시 손을 멈추고 토니를 바라보았음.

토니가 포즈를 3번이나 바꿀 때까지 스티브는 바라만 보았고, 그러다 결심한 듯 몸을 일으켜 토니에게 다가갔음. 그림 그리던 학생들은 다들 ??? 하는 표정으로 스티브를 바라보았고, 토니 역시 의아해서 쳐다보았음.

"저,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만져봐도 되겠습니까?"

그 말에 다들 어엌? 하고 당황한 목소리를 숨기지 못했고 약간 소란스러워졌음. 다만 스티브와 토니만이 잔잔하게 서로를 바라보았음. 토니는 무심하게 잠시 시선을 내렸다가 스티브를 바라보았음

"그러세요."

토니는 스티브에게 제 몸을 만지기 편하도록 허리를 펴 일어섰음. 스티브는 실례하겠다는 말을 꺼내고 토니의 몸을 만지기 시작했음. 가슴께와 허리선 엉덩이에서 종아리까지 온몸을 꼭 핥는 것처럼 섬세하게 만져보았음. 한참을 만지다가 양손으로 토니의 잘록한 허리를 꽉 움켜쥐었다 때고 감사하다며 인사한 후에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음. 토니는 스티브가 자리에 앉는 걸 확인하고는 다시 포즈를 취했고, 다들 너무 아무렇지 않게 지나간 상황에 되려 당황했음.

3시간이 지나고 수업이 끝났음. 수고하셨다는 당찬 인사와 함께 다들 퇴실하는 와중 스티브만이 남았음. 토니는 벗어두었던 가운을 다시 걸치고 옷이 담긴 제 가방을 잡아드는데 저 멀리 우물쭈물하니 서있는 스티브를 발견하고 그에게 다가갔음.

"할 말 있어요?"

나른한 표정으로 토니가 묻자 스티브가 아까 흔쾌히 만지는 걸 허락해주신 거에 대해 감사하고 또 기분 나빴다면 죄송하다고 사과를 했음. 토니는 작게 웃으며 "왜 만져본 거예요?"라고 물었음. 스티브는 다시 우물거리다 "이해가 안돼서요." 하고 대답했음. 그 말에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자 스티브가 쑥스러워하며 말했음.

"지금 실력으로 토니를... 토니라 불러도 되죠? 토니를 그리는데 지금 그리는 저의 선으로는 당신을 그릴 수 없었어요. 표현할 수가 없어서... 조금이라도 알 수 있지 않을까 해서 그런 거예요."

대답을 들은 토니의 눈가가 부드럽게 휘어졌음.

"그래서 이해가 됐어요? 제가 그려졌나요?"

하고 묻자, 스티브는 얼굴을 붉히며 "사실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당신 몸의 선은 부드러우면서도 강해서 표현하기가 힘들어요."라고 말함. 그 말에 토니가 활짝 웃었음. 그러더니 가지고 있던 가방에서 볼펜을 꺼내어 스티브에게 손을 달라고 했음. 얼결에 손을 내밀자 토니는 손바닥에 무언가를 끄적이기 시작했음.

"내일 수업 있어요?"

토니의 질문에 스티브가 "아, 아뇨! 없어요!" 하고 말했음.

"잘 됐네요. 나도 내일은 일이 없거든요."

토니는 마지막 글자를 적고는 잡고 있던 스티브의 손을 놓아주었음.

"아무 때나 전화해요. 아, 1시 이전엔 제가 자고 있을지 모르니까 알아둬요."

스티브의 손바닥엔 토니의 전화번호가 적혀있었음. 이걸 왜? 스티브가 멍하게 쳐다보며 묻자 토니가 여태껏 지었던 표정과는 다르게 참으로 개구지게 웃으며 말했음.

"이해가 안된다면서요? 이해될 때까지 노력해야 착한 학생이잖아요. 그렇죠?"

단번에 말뜻을 이해한 스티브의 얼굴이 홍당무가 되었음. 토니는 콧노래를 흥할 거리며 강의실을 빠져나가다가 뭔가 생각난 듯 다시 뒤돌아섰음.

"근데 그쪽, 이름이 뭐예요?"

빼꼼히 교실문에 고개를 내밀어 묻자 스티브가 버벅거리다 "스, 스티브예요! 스티브 로저스!" 하고 크게 대답했음. 그 모습에 함박웃음이 터진 토니가 "이미 알겠지만, 토니 스타크예요. 내일 봐요 스티브." 하고 대답하고는 다시 뒤돌아서 강의실을 빠져나와 복도를 흔쾌히 걸어갔음. 스티브는 그런 토니의 모습이 사라진 후에도 멍하니 교실문을 바라보았음.





다음날 스티브는 밤새 긴장으로 잠들지 못해 거뭇해진 눈덩이를 문지르며 심호흡을 하고 있었음. 그냥 좀 더 잘 그리고 싶고 이해하고 싶어서 만지게 해달라고 한 건데 정신 차려보니 내일 만나자는 약속을... 스티브는 소리 지르며 제 머리를 쳐댔음.

"미쳤어! 어쩌자고 그런 짓을!!"

당황으로 가득 찬 얼굴이 울망거렸지만 이내 정신 차렸는지 단호한 눈빛으로 바로 바뀌었음. 그래. 칼을 뽑았으니, 마늘이라도 다져야지. 어디선가 들었던 동양의 명언(?)을 읊으며 스티브는 핸드폰을 뽑아들었음. 잊을까 냉큼 저장해둔 토니의 번호를 띄운뒤 통화버튼에 손을 올렸다 내렸다 한참을 서성였음. 누를까 말까 눈이 몰릴 정도로 핸드폰을 노려보던 스티브가 한숨을 쉬며 몸에 힘을 풀었고, 그사이 살짝 닿은 엄지 손에 의해 통화가 걸려버렸음. 연결음이 들리자 스티브가 "으아 으아아악 으악!" 하고 크게 당황하여 허둥거렸음. 핸드폰을 고쳐잡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달칵] 소리와 함께 토니의 목소리가 들렸음.

"...... 여보세요..."

잔뜩 잠겨 허스키한 목소리가 나지막하게 흘러나왔음. "토니?" 하고 조심스레 묻자 날카로운 목소리가 되돌아왔음.

"... 누구야?"

여전히 잠긴 목소리였지만 날이 선 음색이 경계적으로 드려왔음.

"저, 스티브예요! 어제 수업시간에 제가 토니 만졌어... 아 아니 그러니까,"

당황한 스티브가 횡설수설거렸음.

"아... 아, 스티... 흠! 흠흠, 스티브. 스티브 학생."

다행히도 토니는 스티브를 잊지 않았었음.

"많이 놀랬어요? 제가 원래 아침엔 저기압이라. 좀 날카로워요."

그 말에 스티브가 아니라며 괜찮다고 대답했음.

"그래. 점심 먹었어요?"
"아뇨, 아직이요. 토니는요?"

하고 말을 뱉는 순간 아차 했음. 방금 일어난 사람한테 멍청한 질문을! 토니는 킥킥하고 작게 웃더니 "아직이요." 하고 대답했음. 스티브가 머리를 쥐 뜯으며 나 새끼 멍청이를 외치는데 토니가 "점심 먹으러 와요." 하고 권했음. 괜찮다며 먹고 가겠다고 하니 혼자 먹는 거 싫어한다고 같이 먹자며 토니가 유하게 웃었음. 그 목소리가 어쩐지 듣기 좋아서 멍하니 넋 놓고 있다 정신 차렸더니 이미 승낙하고 토니가 사는 곳 위치를 받아 적고 있었음. XX 아파트. 저소득층이 주로 사는 건물이었음. 스티브는 토니와의 전화가 끝나자마자 경악했음.

'점심 약속? 뭐 입지?! 망했다!'

세 단어만이 머리에 남아 정신을 어지럽혔지. 한참을 공황상태에 빠진 거처럼 꺅꺅거리다 말끔하게 옷매무새를 다듬고 토니네 집에 방문할 준비를 하기 시작했음. 그리고 얼마 후, 스티브는 거리에서 가장 말끔한 남자가 되어 뻣뻣한 걸음으로 어디론가를 향해 걸어가고 있었음. 다행스럽게도 토니네 집은 학교에서 그리 멀지 않았고, 그 거리는 스티브가 비람을 쐬며 정신 차리기엔 적당한 거리였음. 스티브는 주소를 찾아가다가 맨손으로 가는 건 좀 아닌 것 같았음. 선물이라도 사가야 할까 고민하다가 정신이 들어보니 하얀 장미꽃 다발을 한 아름 사들고 있었음. 남자가 남자한테 꽃이라니 영 아니었지만 꽃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 웃으며 가는 길을 재촉했음. 생각보다 좀 더 허름한 아파트에 도착한 스티브는 잔뜩 긴장했음.

'헐... 왔다... 진짜 왔어 어쩌지... 망했다 돌아갈까?'

횡설수설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와중에 걸음걸이는 착실히 토니의 집 앞을 향해 움직였음. 302호. 이곳에 토니가 살고 있음. 스티브는 단호한 표정으로 초인종을 누르기 위해 손을 뻗었음. 하지만 채 버튼을 누르기도 전에 힘껏 열린 문에 얼굴을 부딪히는 바람에 누르지 못했음. [쾅!] 소리와 함께 스티브가 "억!" 하고 주저앉았음. 무지하게 아팠음. 채 갈무리되지 못한 신음이 끙끙거리며 입 밖으로 새 나왔고, 이 아픔의 원인이 되는 문안에서 토니가 튀어나왔음.

"괜찮아요?"

다소 놀란듯하지만 여전히 나른한 목소리가 스티브의 머리 위에서 들려왔음.

"문 앞에 있는지 몰랐어요. 많이 아파요?"

등을 쓰다듬는 토니의 손길에 스티브가 크게 당황하며 몸을 일으켰음.

"아! 저, 저 괜찮아요!"

부딪혀 빨개진 이마와 더 빨개진 얼굴로 스티브는 토니를 바라보았음. 그리고 또다시 숨을 죽여 토니를 바라보았음. 이번에도 토니는 어이없게도 아름다웠음 몸에 라인이 드러나는 하얀 티셔츠와 타이트한 청바지. 무난한 옷차림인데도 이렇게 잘 어울릴 수가 없었음. 샤워한지 얼마 안 된 듯 은은한 비누 향까지. 스티브는 저도 모르게 멍하니 토니를 바라보았음. 토니는 그런 스티브를 보며 작게 웃었음.

"그 꽃, 저한테 주는 건가요?"

부딪혀 살짝 구겨진 하얀 장미꽃 다발을 가리키자 스티브가 잠깐 멈추다 허둥지둥 꽃을 들어 토니에게 안겨주었음.

"빈손으로 오기엔 아닌 거 같아서요!"

꽃을 받아든 토니는 살짝 향기를 맡고 고맙다며 환하게 웃었음. 토미의 안내를 받아 들어간 집안은 생각보다 넓었고 깨끗했음. 되려 가구가 없어 휑하다는 느낌마저 들 정도였는데 그런 집안의 거실 한가운데는 하얀 카펫이 깔려있었고 벽면엔 거울이 붙어있었음.

"피자 좋아해요?"

토니가 핸드폰을 들며 말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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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뒤로 더 적었던거같은데 찾을수가 없다...
Posted by 조나쁨 :